앤쉐링 언론보도.

"아기야 건강해지렴"… 소망 담아 그림으로 쓱쓱

201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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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야 건강해지렴"… 소망 담아 그림으로 쓱쓱

대학생 예술문화봉사단체 미숙아 부모 그림책 만들기


원선우 기자, 감혜림 기자│입력 2012.07.11 03:06



지난 5일 오후 3시쯤 서울 건국대학교 병원 지하 3층 세미나실. 신출내기 부모 다섯 명이 대학생 여섯 명과 둘러앉았다. 숙명여대에 다니는 정은진(20)씨는 "아기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써달라"고 요청했다. 부모들은 앞에 놓인 종이에 항목을 써내려갔다. 몇 분 뒤 정씨가 "소리 내 읽어달라"고 했다. "아이랑 낚시 가기" "야구 유니폼 입고 야구장에서 응원하기" "도시락 싸서 소풍 가기"…. 이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저희에겐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꿈"이라 했다.

이곳에 모인 부모들은 미숙아로 태어난 자녀를 키우고 있다. 출산한 지 1~4개월밖에 되지 않아 엄마들은 붓기도 채 빠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예술문화봉사단체인 '아트앤셰어링' 소속으로, 미숙아 부모를 위한 그림책을 만들어주기 위해 모였다. 4주간 부모들과 아기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그림책을 펴낼 계획이다.

김아영(30)씨는 임신중독증을 앓다가 7개월 만에 아이를 낳았다. "태어날 때 아이 몸무게가 1㎏이었는데 뼈밖에 안 보일 정도였어요. 내 아이가 미숙아란 사실이 너무 절망적이었어요." 올 4월에 태어난 김씨의 아들 정우군은 아직도 소화능력이 좋지 않은 상태다. 김씨는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엄마·아빠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려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건국대병원 세미나실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민준이의 부모 이영희(왼쪽)·김한영씨가 후일 아들에게 줄 편지를 쓰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건국대병원 세미나실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민준이의 부모 이영희(왼쪽)·김한영씨가 후일 아들에게 줄 편지를 쓰고 있다.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아들 민준이의 부모 김한영(34)·이영희(33)씨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처음 아기의 상태를 들었을 때는 낳을지 말지 고민했어요. 경제 형편도 좋지 않아 키울 자신도 없었고요." 생후 한 달째인 민준이는 두 살이 될 때까지 심장수술을 세 번이나 받아야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부부의 소원은 나중에 민준이와 함께 산을 오르는 것이다.

아트앤셰어링 소속 학생들은 작년부터 '꿈의 캔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노인복지관을, 올 초에는 청소년쉼터를 방문했다. 고려대 손현식(22)씨는 "이번 프로젝트도 처음에는 소아병동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려고 서울 시내 모든 대학병원에 연락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마침 건국대병원에서 '저출산 시대인데 미숙아를 낳은 부모들을 위한 활동은 어떠냐'고 제안해 성사됐다"고 했다.

모임을 주관한 건국대 소아청소년과 김민희 교수는 "임신 합병증으로 조산하는 경우도 많고, 최근 고령 출산이나 임신 중 다이어트, 준비되지 않은 임신 등 때문에 미숙아 출산 빈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미숙아가 태어나면 부모는 '나 때문'이라는 자책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딸 주현양을 낳은 박나영(33)씨는 "모든 게 내 잘못 같아 힘들 때도 있었다"며 "모임에서 미래 계획을 말하다 보니 앞으로 잘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고 위로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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